이 장은 사람들이 "웹3"(Web3)라고 부르는 것 대부분이 실제로 그 위에서 돌아가는 개념적 축을 세운다. 앞 장에서 살펴본 비트코인은 놀랍지만 의도적으로 좁게 설계된 발명품이었다. 은행 없이 당사자끼리 단 하나의 자산을 주고받게 해 주는, 조작하기 어려운 장부였던 것이다. 이더리움의 내기는 이랬다. 같은 기계장치 — 수많은 독립된 컴퓨터가 함께 유지하는, 조작하기 어려운 공유 기록 — 를 '범용'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 한 종류의 거래만 적는 장부가 아니라, 누구든 임의의 프로그램을 올려놓을 수 있고 그 프로그램이 쓰인 그대로 실행되며 누구도 슬그머니 꺼 버리거나 뒤집을 수 없는 플랫폼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 프로그램들을 스마트 컨트랙트라 부르며, 이 책의 뒷부분(제4부)에서 다룰 탈중앙화 금융, NFT(대체 불가능 토큰), 다오(DAO, 탈중앙화 자율 조직)는 모두 그 위에 세워진다. 그러므로 스마트 컨트랙트가 무엇인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그리고 "코드가 곧 법"이라는 원칙이 인간의 판단과 충돌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이해하는 일은, 웹3가 스스로 무엇이라 주장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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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해
비트코인은 수천 명의 낯선 사람이 함께 맞춰 적는 하나의 공용 통장과 같다. 이체를 할 수 있고, 이체에 간단한 조건 몇 가지를 달 수도 있지만, 그 위에 '앱'을 설치할 수는 없다. 한 가지 일을, 아주 잘, 일부러 그렇게만 하도록 만들어졌다.
"튜링 완전"은 휴대용 계산기와 컴퓨터의 차이다. 계산기는 버튼에 인쇄된 정해진 연산만 할 수 있지만, 컴퓨터는 사람이 짤 수 있는 어떤 프로그램이든 돌릴 수 있다. 비트코인의 스크립트는 계산기에 가깝고, 이더리움은 처음부터 컴퓨터가 되기를 겨냥했다.
수천 명이 동시에 두는 보드게임을 상상해 보라. 각자 자기 판을 따로 두고 있지만, 모두가 같은 수순에 같은 규칙서를 적용하는 한, 심판 없이도 모든 사람의 판이 똑같이 유지된다. 비트코인의 "규칙서"는 돈을 주고받는 게임의 수만 안다. 이더리움에서는 어떤 게임이든 '규칙서를 당신이 직접 쓸 수' 있고, 네트워크 전체가 그 판을 똑같이 맞춰 준다.
백서(부테린)는 비전 문서다 — 이더리움이 '무엇을 위한' 것이고 대략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말한다. 옐로 페이퍼(우드)는 정밀 설계도다 — 서로 다른 팀들이 각자 기계를 만들어도 비트 단위까지 결과가 일치할 만큼 정확한 공학 명세다. "공유 상태를 지닌 단일 기계"란 그저, 개념상 컴퓨터는 '하나'이고 모두가 그 하나의 메모리를 공유한다는 뜻이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스마트"하지 않고(지능이 없다), 법적 의미의 "계약"이라는 보장도 없다. 그것은 기계로 바뀐 합의다. 자판기가 그 원형이다. "이만큼 내면 이것을 준다"는 조건은 나중에 선의로 지켜지길 바라며 종이에 적어 두는 것이 아니라, 그 조건을 그대로 실행하는 장치 안에 물리적으로 박혀 있다. 당신이 믿는 것은 과자 장수가 아니라 강철과 기계장치다.
세계 어디서든 인터넷으로 이용할 수 있고, 진짜 돈을 보관하며, 코드에 적힌 그대로만 — 더도 덜도 아니게 — 작동하고, 일단 설치되면 만든 사람조차 속을 열어 손볼 수 없는 자판기를 떠올려 보라. 그것이 이더리움 스마트 컨트랙트다. 그 최대 강점과 최대 위험은 같은 사실이다. 쓰인 그대로를, 실수까지 포함해서, 정확히 실행한다는 것.
EVM은 규칙이 워낙 꼼꼼하게 적혀 있어서 어떤 진짜 컴퓨터든 완벽하게 흉내 낼 수 있는 "가상의 컴퓨터"다. 모든 노드가 '같은' 가상 컴퓨터가 '같은' 명령을 돌리는 모습을 흉내 내므로, 모두 '같은' 답에 이른다. 수천 대의 서로 다른 기계가 프로그램이 한 일을 마지막 자리까지 똑같이 합의하는 방법이 이것이며 — 그것이 바로 요점이다.
월드 컴퓨터에는 두 부류의 이용자 — 사람과 프로그램 — 가 있고, 시스템은 둘을 거의 대등하게 대우한다. 사람의 계정은 본인만 지닌 비밀 열쇠로 열린다. 한때의 공인인증서 파일처럼 '가진 사람만 쓸 수 있는' 열쇠인 셈인데, 다만 잃어버려도 재발급해 줄 기관이 없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다르다. 프로그램의 계정은 자신의 논리로 "열린다". 트랜잭션으로 찌르면 적힌 규칙을 실행한다. 사람은 일을 시작하고, 프로그램은 반응한다. 결정적인 것은, 프로그램이 제 명의로 돈을 보관하고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 중개자 없는 자동화 금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가스는 월드 컴퓨터의 계량 연료다. 조금만 움직여도 요금이 올라가는 택시 미터기와 같다. 남의 프로그램이 모두의 기계 위에서 돌아가므로, 내 요청이 소모하는 연산량만큼 정확히 값을 치러야 한다. 이것은 두 가지 목적을 한꺼번에 달성한다. 네트워크의 노동에 보상하고, 서비스 거부 공격을 자멸하게 만든다 — 끝없는 프로그램으로 시스템을 틀어막으려는 공격자는 그저 돈이 먼저 바닥난다. 대신 단점도 실재하며 이용자가 몸으로 느낀다. 붐비는 시간대에는 월드 컴퓨터에 간단한 일을 시키는 것조차 깜짝 놀랄 만큼 비싸질 수 있다.
카카오 T 같은 호출 앱이나 은행 앱 같은 보통의 앱은, 회사 소유의 컴퓨터에 붙여 놓은 예쁜 현관문이다. 회사가 그 컴퓨터를 꺼 버리면 앱은 죽는다. 디앱은 핵심 기계장치 — 규칙, 잔고, 논리 — 를 공유 블록체인에 내놓아 두므로, "백엔드"는 누구의 것도 아니고 간단히 꺼 버릴 수도 없다. 손끝으로 누르는 부분은 여전히 평범한 앱일 수 있지만, '정말 중요한' 부분은 어느 한쪽도 통제하지 못하는 곳에 있다.
디파이, NFT, 다오는 세 개의 별개 발명품이 아니다. 같은 레고 블록 하나 — 돈을 보관하고 규칙을 따를 수 있는, 공개된, 멈출 수 없는 프로그램 — 로 지을 수 있는 세 가지 건물이다. 이 블록을 손에 넣는 순간 "은행원 없는 은행", "등기소 없는 등기권리증", "계주 없는 곗돈"이 모두 지을 수 있는 것이 된다. 사람들이 웹3라고 부르는 것 대부분의 기술적 심장이 비트코인이 아니라 이더리움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코드가 곧 법이다"란, 블록체인 위에서는 프로그램의 말이 최종 판결이라는 뜻이다. 컨트랙트가 돈이 움직인다고 하면 돈은 움직인다 — 항소할 판사도, 지급을 되돌려 줄 은행도 없다. 옹호자들은 바로 이것이 요체라고 본다. 아무리 힘세고 선의로 가득한 사람이라도 손을 뻗어 결과를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기댈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뻔한 질문이 남는다. 코드가 작성자들이 전혀 의도하지 않은 일을 저지르면 어떻게 되는가 — 2016년, 이더리움은 이 질문에 답해야만 했다.
공동체는 자신의 가장 깊은 가치 둘 사이에 끼었다. 가치 하나: 장부는 신성하며 바꿀 수 없다 — '그래서 믿을 수 있는 것이다'. 가치 둘: 방금 커다란 부정이 일어났고, 그것을 되돌릴 힘이 존재한다. 첫째를 지키면 피해자를 버리는 것이고, 둘째를 지키면 "바꿀 수 없다"던 장부가 힘 있는 사람들이 충분히 분노하면 사실은 바뀔 수 있음을 시인하는 것이다 — 이 시스템이 없애겠다고 세워진 바로 그 인간의 개입 말이다.
"하드 포크"란 규칙서를 워낙 결정적으로 바꾸어서, 모두가 새 판으로 갈아타든지 옛 판에 남겨지든지 해야 하는 집단적 결정이다. 이번 새 규칙서에는 일회성 예외가 들어 있었다. 장부 안에 손을 넣어 도난 자금을 도로 옮겨 놓은 것이다. 블록체인의 역사는 보통 돌에 새긴 것으로 취급된다. 이날, 공동체는 정을 꺼내 들었다.
같은 블록체인이 두 개의 블록체인이 되었다. 공동체가 원칙의 문제에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쪽은 말했다. 명백한 절도로부터 사람들을 지키는 일이 장부에 결코 손대지 않는 일보다 중요하다. 다른 쪽은 말했다. 장부에 결코 손대지 않는 것이 '바로 요점 전부'이며, 예외를 만드는 순간 당신들은 벗어나겠다던 바로 그 '믿어야 하는 관리자들'의 시스템을 도로 지은 것이다. 두 입장 모두 일관된다. 이 사건이 그토록 많은 것을 드러내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더 다오의 가장 깊은 교훈은, "사람이 아니라 코드가 결정한다"는 말에 별표가 달려 있었다는 것이다. 판돈이 충분히 커지자 사람들이 결정했다 — 그리고 결정할 수 있었다. 딱 맞는 사람들이 충분히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스마트 컨트랙트가 쓸모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멈출 수 없음"이, 극한에서는, 공동체의 집단 의지에 달려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뿐이다. 그 극한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은, 웹3의 이름으로 제기되는 모든 거창한 주장을 평가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 장에서 다루는 내용
- 단일 목적 장부에서 범용 컴퓨터로
- 백서, 크라우드세일, 출범
- 스마트 컨트랙트: 오래된 발상의 새로운 실현
- 이더리움 가상 머신, 그리고 "쓰인 대로 실행된다"는 말의 의미
- 가스: 연산에는 왜 돈이 드는가
-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디앱)
- 이 장이 왜 축이 되는가: 디파이, NFT, 다오의 기반
- "코드가 곧 법이다"와 그 큰 시험대: 더 다오
- 종합
이 장에서 설명하는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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